살사 칼럼

콜롬비아 여행기 2.깔리에서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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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렇게 어리버리했던적이 있었던가.
마이애미서 콜롬비아로 가기전 바란킬라라는 곳에 내려서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와중에 갑자기 사방에서
들려오는 스페인어...아 정신을 못차리겠다.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고 왕방울만한 눈들이 우리만 쳐다본다.
딱시, 아...이건 알아듣겠네. 근데 우린 깔리로 가잕아. 결국 해대는 말이라곤 노딱시...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모든 것이 좋았다. 너무 완벽해서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었다. 스윙 라티노애들이 4명이나 마중을 나왔다.
왜 4명이나 왔냐. 차는 시에로라고 예전 대우에서 나온 차인데 거기에 6명이 끼여타고 미리 예약해둔 호스텔로
가는 길은 너무 행복했다.

 

존과 군터.

존은 스윙라티노 멤버이고 뉴욕에서 살았다고 한다. 한국이름도 물어보고 너무 친절하다. 이놈 왜이렇게 나이스
한건지, 자신이 여기있는 동안 가이드를 자청하겠다고 하네. 원하는 어느곳이라도 데리고 가주겠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길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역시 남미, 좋은 곳이야. 바사라는 나이를 속인다
자신은 22 존이 23이라고 하니 오빠라고 한다. 아~~다 아는데 믿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군터는 예약해둔 호스텔의 주인이다. 독일인인데 콜롬비아 여자와 결혼해서 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영어 발음이 독일식인거 빼곤 너무 친절한 주인아저씨. 모든 편의와 질문을 성심성의껏 답변해준다.
그 전에 말했듯 사오정 히어링의 바사라와 더듬이 스피킹의 끌루이를 번갈아가면서 상세히 설명해주는
군터의 자상함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근데 둘이 만나서 문제가 생겼다.
숙소에 도착하고 예약을 확인하고 갑자기 존이 우리에게 40달러를 요구한다. 운전을 한 두베르라는 친구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음 원래 줘야 하는 것이구나.
갑자기 정의의 사도 군터가 나선다. 물론 스페인어로 대화해서 우리는 멍때리고 있다. 아 아는 단어가 나오네
아미고, 너네 친구맞냐 이렇게 물어본거 같다. 언어가 딸리면 육감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는걸 깨닫는데
얼마 안걸린다. 둘이 이것저것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 하다가 우선 짐을 풀려고 같이 올라가려는데 군터는 존이
함께 올라가지 못하게 말린다. 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와 밖에서 이야기 하자고 하고...
아 뭐가 어케된건지...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네...

 

존은 저 남자 싫다고 왜 못올라가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돈문제로 인해 자신을 의심한다고. he is dumb
남발한다. 그러니 저남자가 무슨말을 하던 믿지 말란다. 그래 난 너 믿어. 믿어야지 어떻해 여긴 아는 사람이
없는데, 마치 존이 아빠같다. 음.. 존을 믿어야 겠다. 들어와서 나머지 예약상황을 확인하는데,
군터가 말한다. 원래 택시를 타면 그렇게 돈이 나오지 않는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지만 관광객들에게
돈을 쓰게 만들기 때문에 콜롬비아 사람들을 너무 믿지 마라. 아 저렇게 진실된 눈으로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안믿지? ...같이 온 콜롬비안들을 믿지 말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퐝당한 시츄에이션이냐...

 

택시비를 알아본다. 택시비로만 40달러는 너무 비싸잖아. 아 존이 의심간다. 그래도 이놈은 같은 살사를 하는
놈인데, 군터는 우리랑 전혀 안면일식도 없잖아. 그래도 호스텔을 운영하면서 게다가 저런 진실된 표정으로는
거짓말을 하진 않을텐데...혼란스럽다. 깔리에서의 첫날. 아...마이애미가 그립다.
일단 자자...


전날의 꿀꿀한 기억으로 아침 일찍일어났다. 적응하기 위해선 무조건 나가야지.
어디어디로 가면 뭐가 있다는지 상세히 설명해주는 군터. 역시 자상한 아저씨, 커피까지 끓여준다. 아 ~~
커피는 콜롬비아가 원산지였지... 맛있다. 환전을 아직 안했다고 하니 3만페소도 빌려준다.
역시 이 사람을 믿어야 겠다. 존한테는 너무 기분나쁘지 않게 이야기 해봐야지.. 설마 사기치려고 그랬겠느냐.
돌아다니다 까페테리아를 보고 진짜 말도안되는 스페인어로 아침을 해결한다.
이거 하나. 이거 하나. 얼마? 이거면 다 통한다. 언제나 웃으면서 짜증안내고 기다려주는 깔리의 사람들.
우리의 미식가 바사라는 음식 하나하나 다 궁금한가보다. 다 먹어보고 싶은가보다. 맛없으면 인상쓰고
맛있으면 행복해하는 단순한건지 순수한건지...역시 재밌는 캐릭터다.

 

앗...정보를 보던중. 공항픽업은 30불이란다. 파킹비, 톨비등 이런저런 비용도 붙는다네.
아 어제 그런 이야기를 했던거 같다. 너무 어리버리하게 정신이 없던중. 듣지 못했던 말이 정보를 보면서
슬슬 맞아떨어지네. 이런 뭔가 점점 얼굴이 붉어진다. 두베르라는 친구가 수업을 듣겠다고 하니 픽업을하러
왔다. 조금 더 싸게 가보겠다고 한번도 써본적이 없는 여행자 수표로 가지고 간 우리를 위해 은행을 4군데나
돌아다녔다. 결국 여행자수표에 사인을 해야하는 사실조차 몰라서 환전에 실패한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너 실수가 아니잖아... 몸둘바를 모르겠네.

 

수업을 받으러 온 스윙라티노스 스튜디오. 플로어도 깔끔하고 더 멋진건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상패와
메달, 트로피등 맞다. 얘네 세계챔피온이었지..너네 팀원이 몇명이냐. 60명이란다. 악~~
모두 프로라고 하니 어찌 멋진 공연이 안나올 수 있겠는가. 나이도 어리고...ㅜㅜ
존 한테 수업을 받았다. 그래 스페인어는 영 아니지만 춤은 자신있다구...스텝하나하나 가르치면서 존이 필을
받는다. 아 땀나. 정말 신나는 스텝의 연속들.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는 거 같다.
우리가 제일 훌륭한 제자란다. 아~~기쁘긴 한데 23짜리한테 칭찬을 듣고 기쁘긴 좀...그냥 웃음으로 마무리.
원래 처음 제시했던 개인강습 금액은 둘이 60불인데 30불로 깍아준다. 뭐야 이거 너무 잘해주잖아...
자신은 나이트클럽에서 새벽 5시까지 일을 하는데 4시간만 자면 되니까, 아침에 만나서 환전도와주고, 오전에 수업하고 쇼핑하는 것도 도와준다네. 이거 뭐야.
자기 수업이 4시인데 환전에 실패한 우리 때문에 숙소까지 바래다 주고 만페소를 빌려준다.
빚쟁이 바사라 끌루이...자기 수업도 늦었는데, 택시기사에게 막 뭐라 하면서 선불에 팁까지 주고
주의를 준다. 물론 이건 육감에서 오는 해석이지만...

 

존, 군터, 두베르 아...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의심하려고 하는 우리가 나쁜사람같다.
다들 우리를 잘 도와주려고 서로를 의심했던 거였다. 두베르는 택시가 혹시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
택시비 정도만 받고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다 데리고 다녀준다고 했던 거였다. 오늘 하루종일 돌아다니는데
5불만 주면 된다고 한다. 기름값도 그것보단 더 나올텐데...

 

수퍼마켓에서 살사음악이 들린다.
과일을 고르다 베이직을 밟아본다. 짜릿한걸...
이런 곳에서 이런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니...
오늘 밤엔 웃으면서 잘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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