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 칼럼

콜롬비아 여행기 4.믿지 못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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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에 바베큐파티 열거야. 생각있으면 참여해.
좋아. 많이 먹을 수 있겠군. 당연히 참석하는 거지 언제 시작해? 7시 정도...
일요일은 수업도 없고 호스텔에서 딱히 할일도 없고...
올라와서 선물로 받은 공연 디비디를 열심히 감상하고 있으니, 의외로 자상한 면을 보이는 바사라
또띠야 만들었어. 먹어.
아 정성이 맛있다. 요리된건 아무것도 없고 치즈 콘옥수수 햄 살사소스등 캔을 따서 막 집어넣은
것에 불과한 또띠야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와우...맛있다.
그래도 좀 따뜻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ㅜㅜ

 

요리하는 중에 바사라가 옆에서 스페인에서 온 애랑 이야기를 했단다. 그 여자가 마을도 있고 숲이 있는
곳에 여행을 간다고 하니 자칭 오지랍 백만평에 월세살고 있다는 바사라. 나도 갈 수 있어? 물론이지.
나에게 물어본다. 너도 갈래? 음 행선지를 일단 확인하자. 어디가는데? 무슨 포레스트인가 거기 간데.
재 스페인어 잘하니까 따라가면 될거 같애.
음...바사라를 믿을 수 있을까? 저녁까지는 딱히 할일도 없고 하니 가보자.

 

독특한 행색의 스페인에서 온 산드라. 6개월 여정의 2개월차를 지내고 있단다. 앞에서 보면 스포츠머리인데
뒤에는 레게머리처럼 길러서 파마를 하고 그게 허리까지 온다. 준비한 옷가지들을 보면 음 하드한 여행을
즐기는 타입같다. 스니커즈에 청바지를 입고 나들이 차림으로 가는 나에 비하면...
처음 보는 이여자 믿을 수 있을까?

 

아 스페인어 하는 사람이 일행이니까 이렇게 편하구나. 터미널에서 로컬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즐겁게 비포장도로를 즐기고 있다. 버스가 크게 덜컹거리면 옆에 두명의
여자는 서로 좋다고 깔깔댄다. 버스에 맨 뒤에 앉아서...다른 이들은 조용한데...
난 점점 옆으로 도망가서..음 경치만 감상해야지.
여러 정류장을 지나면서 여러사람이 타고 산드라는 앞에 있는 본인보다 더 특이한 행색의 현지인과 이야기를
시작한다. 점점 버스는 산으로 올라가고 옆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고, 역시 살사 음악은 귓가를 맴돈다.
생각보다 공기가 안좋은 깔리에 있다가 산에 올라오니 정말 공기가 시원하다.
다 왔단다. 그런데 이남자도 같이 내리네. 음...자기 친구가 산넘어 사는데, 그냥 오늘은 안가고 우리를
가이드해주겠다고 한다. 나름 정보를 수집한 결과 산에는 게릴라들이 산다는데, 게릴라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이면 게릴라라고 해도 믿겠다 싶다. 이 남자 믿을 수 있을런지...

 

그냥 계곡에서 발담그고 노는게 역시 아니었다. 그랬다면 저런 등산화를 신고 왔을리가 없다. 산에 오르고
있는 우리. 산타는게 뭐 그렇게 어렵겠냐마는, 전날 비가 많이 와서 완전 진흙의 땅을 밟으며 올라가고 있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를 쳐다본다. 에혀...누굴 원망하겠냐. 포레스트라 그러니 왔지 산이라 그랬으면
안왔을거다. 그래도 뭐 일단 왔으니까. 가보자.
서울서도 안하는 등산이지만, 건강에 좋잖아.
신발과 바지는 점점 진흙으로 물들어가고 거기에 대한 마음을 버리니까
이젠 홀가분하다. 그래 피할 순 없겠다. 즐기자.
아무리 봐도 이 남자 독특하다. 머리는 레게머리로 파마하여 허리까지 내리고

산에서 잎을 따서 담배같이 피우고, 허리 쌕에 빵하고 우유같은 걸 집어 넣고 다니면서 슬렁슬렁 먹고,

음...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다.

 
여기까지라면 괜찮겠다 싶어. 잠시쉬면서 사진도 찍고... 저 옆에 있는 산이 안데스 산맥의 시작이라고 한다.
아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네... 내가 안데스의 시작점에 발을 놓고 있다니....그래도 이제 그만 내려가자

 

올라올 땐 나뭇가지들을 잡고 올라왔는데, 내려갈때가 더 걱정이다. 장난삼아 우리 굴러 내려가자고 하니 모두
좋아한다. 그 남자가 자기가 빨리 가는 길을 안다고 하면서 길을 안내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따라가는 우리.
내려가는 길은 더 가관이다. 미끄러지고 손이 까지고... 장난 삼아 한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
정말 뒤에서 굴러주시는 우리 바사라 누님. 그런 현실이 재밌는지 연신 웃어댄다. 약간 실성한거 같기도 하고...
앞에서 있던 산드라도 재밌다고 웃는다. 자신도 넘어지면서 미안해한다. 이럴줄은 몰랐다고...
괜찮아. 이런게 진짜 여행이지...그런데 미리 예견이라도 했으면...좋았을 것을...
그 남자는 먼저 빨리 내려가서 휘파람으로 빨리 내려오라고 보챈다.
아무리봐도 이건 길이 아니다. 일부러 이런길을 택하지 않았나 싶다. 역시 믿으면 안되는 거였어.


처음에는 옷이 걱정된다. 아 빨래를 해야되잖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진대 다버렸네. 에이..
점점 땅에 손을 짚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옷이 문제냐. 뱀같은게 나오지 않을까...콜롬비아에서 뱀에 물리면.

음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되겠는데...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동굴이 나타난다.

캐리비언 베이의 미끄럼틀에 들어가본 자는 이 마음을 알겠다.
높이가 50센치 정도되는 구멍에 위에는 나뭇가지들로 되있고 밑은 보이지 않는다. 아 뱀이 무슨 대수냐
살아 갈 수 있을까...나뭇가지들을 잡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역시 뒤에서 미끄러져 내려와주시는 바사라
슬슬 내려가는 거에 적응한다. 넘어지면 웃고 넘어지고 웃고. 아 과연 이길의 끝은 있을런지...
살아가자라는 일념밖에 안생긴다.

 

아~~드디어 내려왔다.  앞서 간 남자는 이미 옷을 벗고 계곡에 몸을 담그고 있다. 전날 비가
와서 계곡에 물이 많이 불어난 상태인데, 아마도 목욕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만신창이의 우리를 보고 씩 웃어
주시는 포스가 담배를 필요하게 만든다. 이 게릴라 보다 더 독한 놈.

계곡에서 씻으면서 나이스 트립이라 외치는 우리의 사만다.
재밌었다고 웃어대며 사진찍기에 바쁜 바사라.
 
모두 믿으면 안되는 사람들이었다.
사서도 한다는 젊어서 고생. 20대에 했더라면 더 좋았을것을...

좋은 경험이긴 했다. 하지만 담부턴 준비를 좀 하자고...
이남자는 오늘 보면 안볼것이고, 사만다도 내일이면 다른 도시로 떠난다.
그런데 바사라는 평생을 볼건데, 그 넓은 오지랍을 이젠 못 믿겠다.

 

빨리 가서 바베큐파티에서 먹는걸로 속을 풀어야 겠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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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미스여우[S라틴]님의 댓글

와우 완전 굿 ..ㅋㅋ오지랍 백만평..월세...이말에 제일 가슴에 와닿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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