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의 살사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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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터넷을 통하여 살사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살사 실력을 폄하하는 내용들이 종종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입니다.
손나리님은 서울(우리나라)이 살사 유학의 최적장소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 견해에 동의하진 않지만 우리의 살사실력에 관한 자부심 부분은 옳다고 믿습는다. (저는 살사 유학의 최적지는 역시 LA 아니면 NYC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저라면 세계 5위에게 5시간을 배우는 것 보다, 세계 최고가 춤 추는 것을 1시간 보는 것을 택할 것이고, 둘째, 그곳에 있으면 전세계의 댄서(수준 여하를 막론하고, 다른 종류의 춤을 포함하여)들을 모두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평균적인 살사댄서의 실력을 비교한다면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1. 한국인은 기계적으로 패턴을 한다.
이것은 한국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미 살세라가 아시안 살세로를 통틀어 평가한 표현입니다. 통상 친척이나 친구에게 춤을 배우는 남미인들이 돈 내고 스튜디오에서 배운 다양하고 복잡한 패턴을 제대로 받기는 어렵습니다. 강습듣고 열심히 연습한 패턴을 기계적이라하면 곤란하지요. 바에서 가만히 지켜보면 입이 귀에 걸리도록 만족해 하는 살세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내의 남미인들도(프로 제외) 강습에서 패턴 배우면 그대로 하고, 노래의 성격과 상관없이 "똑같은 패턴"만 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똑같은 패턴"이라는 표현이다. 비록 같은 패턴이라도 느린 음악에는 느리게, 빠른 음악에는 빠르게 구사되고, 또 파트너의 키와 실력에 따라 어느정도 조정을 하게 되므로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패턴을 제대로 구사하는 것을 기계적이라고 하면 곤란합니다. 프로 강사들이 가르쳐 주는 중-고급 패턴은 거의 완벽합니다. 이 패턴을 내 것처럼 사용하는데, 제 경우엔 보통 3개월 에서 5개월 정도 걸립니다. 여기서 "내 것처럼"이란 이 패턴을 전혀 배우지 못한 초중급 살세라와 추어도 별 무리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되면 "왜 거기서 팔을 그 각도로 올려야 하는지, 왜 발의 각도는 반드시 45도가 되어야 하는지" 등등등 궁금했던 모든 것들이 명백해집니다. 조금 편하게 해 볼 생각으로 이것 저것 고쳐 보려고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성공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조금 편해지면 살세라들이 그만큼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프로들은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검증을 거친 패턴들만 가르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완벽한 패턴을 기계적이라고 하면 옳지 않죠.
2. 한국인은 장송곡에도 메렝게를 춘다.
이것은 스페니쉬를 모르는 우리를 비꼬는 표현일 것입니다. 요즘 미국의 치카노(1.5세대 이상의 라티노, 우리의 재미교포 1.5세대, 2세대와 같은 개념)들은 우리 교포 2세들이 우리말 못하는 것만큼 스페인어 못합니다. 장송곡을 메렝게로 편곡한 것이 있는지 모르지만 만약 있다면 춤을 춘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 그 걸 만든 사람이 문제일 것입니다. 다만 스페니쉬를 하고 가사를 이해하면 박자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라는 가사를 들으면 우리는 동해물의 '동'이 1박이라는 것을 클라베나 '뿌끼빠끼'를 몰라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한국인은 화난 표정으로 춤을 춘다.
이 부분은 완전히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춤이 끝나면 서로 안고 볼에 뽀뽀하는 라티노들이 보면 어쩌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요. 특히 살세로들은, 아직도 이런 표현을 쓰는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 웃었다가 쪼갠다고 맞은 기억이 있고, 눈을 마주 보다가 갈군다고 맞은 적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다만 살세라들의 경우 미국 살세라만큼 섹시하고 유혹적으로 웃지는 못하지만(이분들은 집에서 거울보고 섹시하게 웃는 연습합니다) 꽤 부드럽게 웃으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 자신도 잘 웃지는 못하지만 웃으면서 춤추는 게 나쁘진 않겠지요.
제 개인적으로 볼 때 미국 댄서가 우리보다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첫째, 스피드입니다. 미국 바에서 나오는 음악의 빠르기는 서울 바에서 나오는 음악보다 빠릅니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더 빨라집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50대 라티노 중에는 요즘 메렝게 스피드를 못따라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차타도 굉장히 빠릅니다.
둘째는 동물적인 파트너쉽입니다. 미국 바는 대체로 서울 바보다 어둡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아주 빠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다 보니 눈으로 보고 패턴을 한다기 보다는 몸이 알아서 패턴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살사를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성년이 되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우리의 2세들은 좀 더 일찍 시작할 수도 있겠지요(살사가 아니라 영어 과외를 시킬지도 모르지만...).
끝으로, 라이브 밴드입니다. 미국에는 괜찮은 밴드가 많이 있습니다. MP3 보다 라이브가 더 좋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서울 살사댄서의 실력은(지방은 안가봐서 잘 모릅니다. 죄송...) 돈내고 시간들여 열심히 수강하고 주 2빠 3빠하며 연습한 결과이지 쉽게 얻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지나치게 연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즐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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