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색깔있는 男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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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바(Bar)에 가서 남자를 보느냐? 여자를 보느냐?고 물었을 때 아마도 당연히 땡큐한 의상에 때론 현란하게 때론 섹시하게 움직이는 여성의 모습에 시선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도 맨처음 '살사바'라는 곳을 갔을 때 당연히 살세라에게 눈이 갔었음은 물론이다. 황홀하게~
수업을 듣고 마음처럼 움직이지않는 몸뚱아리를 자각한 후로 바에서 호방하게 패턴을 구사하던 살세로들이 마냥 부러워졌다. 언젠가 나도 그들처럼 화려하게 바에 나타나리라는 몽환같은 독기(?)마저도 품은 후에는 살세라는 차창에서 무심히 스쳐가는 풍경과도 같아진다. 역설적으로 살사계에서 同性과 친해지기는 특히 자신보다 높은 춤레벨의 同性과 친해지기는 무척 힘들다. 골프연습장에서 아무리 친한 이에게도 자신만의 秘技를 숨기듯 하늘같은 인스트럭터의 강습은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은 확실한듯한데 혼자서 연습하면 좀처럼 내것이 되지않고 이럴 즈음 시대가 좋아져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동영상에 천착한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될듯 될듯 할 것같은 내춤은 언제나 제자리이고......
언젠가 국내 프로축구에 관중이 없음을 분석한 컬럼에서 70년대 매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심야시간대의 "MBC해외축구"프로그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주장을 읽은 기억이 난다. 지금은 채널만 돌리면 볼 수 있는 맨채스터,리버풀,아스날 등의 주옥같은 최고수준의 프리미어리그며 당시 차범근이 활동하던 분데스리가,세리에 등의 경기를 단3채널에 흑백화면으로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차범근의 독일행과 당시 오락프로에서 TBC에 절대우세에 철저히 눌리고 있던 MBC의 처지가 합작한 놀라운 결과였던 것같다.
아마 살사계가 딱 이런 상황이 아닌가싶다. 도입기엔 인터넷이 없었으므로 누가 고수 동영상이라 하나 찍어 돌려볼라치면 처음 본 사람들은 입이 딱 벌어졌을 것이다. 사빠또님의 초기 영상들이 최근 동영상보다 화질이나 음향이 약간 떨어지는데도 항상 보면서 느끼는 점은 마치 거름처럼 밑바탕이 되는 한개인의 신념어린 행동이다. 유튜브를 보면 지구반대편의 세계콩그레스가 바로바로 안방의 모니터에서 볼 수가 있고 오살사에 들어오면 지방의 조금은 서울문화에 소외(?)된 살사인도 바로 어제 서울의 살사바에서 벌어졌던 고수들의 유쾌한 프리댄스 모습을 비교적 손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바에서 무심코 플로어를 보다보면 일명 고수들의 소위 패턴들이 너무도 닮아있다고 느낀 것은 살사를 배운지 한참 뒤였다. 가르쳤던 인스트럭터들의 춤은 백인백색 모두 달랐고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모두들 나름대로 자신만의 특색을 갖고 있다고 느꼈는데 "왜? 그들에게 배운 고수들일텐데 다 비슷한 것일까?" 이 의문을 깨는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않았다. 진정한 고수를 흉내(?)내는 것에만도 지난한 세월이 필요함을 또 그단계를 지나 아! 하고 감탄사를 자아낼 만큼의 춤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업과 연습과 사고와 고뇌가 녹아있다는 것을 구력이 쌓이면서 나도 느껴가고 있었다.
이런 부분은 가볍게 시작했고 몇달만 배우면 바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누군가의 뻔한 거짓말에 현혹되었었던 자신에 대한 자책이전에 점점 '살사'라는 두글자가 두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으며 오랜시절 잊었던 치기어린 승부욕마져 자극해 나를 오늘도 바(Bar)로 이끄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기가 볼 수 있는 만큼만 본다고 한다. 이런부분에 고민하고 있을 때 비슷한 시기에 살사를 접했던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혹자는 내돈 내고 내가 배워서 바에 가서 적당히 놀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다하다 않되 6개월동안 자기방에 박혀 음악 들으며 베이직만 밟다가 다시 바에 나타나 사람들을 경악시켰다는 어느 고수의 이야기며 천재적인 춤본능으로 시작하자마자 싹수를 보였다는 어느고수의 이야기 살사판에는 많은 전설같은 얘기들이 흘러다닌다. 막상 누가 진정한 고수인지? 누가 메이저급 인스트럭터인지 알기까지 현실적으로 동호회수업으로 입문반에서 준중급정도까지를 마치고 관심이나 욕구가 생기는 8개월차에서 1년즈음인 것같다.
이런 연유로 일명 고수들의 춤추는 모습을 지금도 바에 가면 눈여겨 보는데 오래전부터 '머리띠'라는 별칭으로 더 익숙했던 나자레노님의 개인 싸이트를 우연히 찾아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지난했을 과정들은 이미 몸소 답습하고 있는 중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현란하고 남다른 그의 색깔은 그런 최선의 노력과 더불어 수많은 번민과 사고가 밑받침 됨을 알게되었다. 바에서 그렇게 마주쳐도 수인사 한번 없는 사이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색깔있는 男子" 나자레노의 글을 읽으며 내가 "왜 살사를 추고있나?"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2년 간의 나의 경험으로 살사엔 너무 미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나처럼 살사없이는 살 수 없을 지경이 아니라면, 살사는 단순한 취미로 족하다. 살사에 지나치게 빠지면, 너무도 많은 시간을 헛되게 낭비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존의 많은 친구들과 가족과 멀어지게 되고, 춤을 추는 시간만큼 당신의 머리는 아둔해지고 심성 또한 거칠어질 것이다. 진정한 의미부여없이 살사에 집착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살사를 추는 이들 중엔 극히 무례하고 경박한 이들도 많다. 학력과 상관없이 철학적 베이스가 없다면 누구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
- 2001년 5월 2일 'Nazareno' -(나자레노의 개인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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