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여행기 5. 깔리에서 주목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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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리에 가기전 라틴마니아의 강습을 맡고 있는 라틴형을 만났다.
형 저 이번달에 콜롬비아 가요. 야 정말 좋겠다야. 나도 거기 깔리에 1주일정도 있었는데, 후안치토라는 데
가면 양쪽으로 100미터 정도 살사클럽이 늘어져 있어. 거기가면 정말 재밌을꺼야.
아 그런곳이 있었구나. 그래 후안치토라는 곳을 꼭 가보자.
마이애미에서의 호텔생활을 접고 깔리에서 호스텔생활을 하다보니 점점 배낭여행객화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말도 안되는 산행에 동물원 구경. 같이 음식해먹고 바베큐 파티에...그런데 그들은 그거 이외에는 별것이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겐? 살사가 있잖아. 레슨도 받고 춤도 추러다니고 하면 그들보단 항상 더 바쁘다. 깔리에서
5일째 되는 날. 음 이제부턴 너무 어울리지 말고 여기까지 온 목적을 잊지 말자 다짐해본다.
보통 한 도시에서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 여행객들의 특성상 우리가 깔리에서만 3주 정도 머문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 한다. 그럼 그 다음 도시는 어디냐. 어디긴 집으로 가는거지. 그럼 너 왜왔냐. 아...나?
나 춤도 배우고 문화도 배우러 왔어. 그네들은 이해하기 힘든가 보다.
깔리에는 전업댄서가 5000여명 정도 있다고 한다. 단체팀은 몇개나 있어? 음 한 80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우리의 레슨선생 존.그 중에서 단연 스윙라티노스를 따라올 자는 없다는 자랑도 빼먹지 않는 존.
뭐 인정하는 부분이니 밉지만은 않다. 춤을 추는 사람들은 우리가 갔던 디스코떼까는 가지 않는다. 자신들은
춤을 좀 더 잘추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간다고 한다. chango라는 바가 있는데 오늘은 거기가 제일 물이 좋아.
후안치토에 있는데 여기선 좀 멀지만 가보면 정말 좋을 꺼야. 댄서들도 많이 오고 춤 잘추는 사람들이 많아.
후안치토...음...후안치토 많이 들어봤는데...
아하..라틴형이 말해준 곳이구나. 순간 눈이 말똥해지는 바사라. 우리 꼭 가자.
저녁 11시에 픽업하러 온 존과 그 친구. 그 친구도 스윙라티노스 멤버라는데, 이놈들 옷에는 장난아니게 신경쓴다
간지는 확실하구나. 멋진 것들...하도 밤에 잘 나가니 이젠 인정하고 별다른 주의를 주지 않는 우리 호스텔의
주인 군터. 마치 엠티를 보내는 아버지같다. 그가 묵묵하게 바라보며 걱정하는 모습이 난 좋다.
다리를 건너면 거기서 부터 후안치토라고 하는데, 다리를 건널즈음해서 살사 음악이 무지막지 하게 흘러 나온다.
수많은 클럽들을 지나 그날 가장 물이 좋다고 추천한 챵고라는 클럽으로 들어선 우리 일행. 무슨 공원같애...
콜롬비아 여자들이 이쁘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 나름 기대도 하고 있긴했는데, 주변에서 보이는 애들은
그런 말 한사람한테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곳에 도착한 순간...음...음...
아마 콜롬비아에서 이쁜애들은 다 춤을 추나보다.
물론 어느정도 꾸미는 것에 차이도 있겠지만, 깔리 시내와 이렇게 차이날 수가...좋다...좋아...
정말 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바가 탑이라고 한다면, 여긴 탑의 3배정도 되는 크기다. 물론 전체가 홀은
아니고 홀은 2군데로 나누어져 있고 가운데 경계와 가장자리로 자리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나이트 클럽같은
분위기에서 술을 먹으면서 춤도 추고 노는 곳인가 보다. 규모도 규모지만 그 큰곳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사람들로
또 한번 놀란다. 매주 이렇게 많이 모인다고 하니 역시 살사의 도시라는 말은 거짓이 아닌가 보다.
그런데 이놈들. 정말 잘 논다. 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공연팀소속에 잘추는 사람들도 많고
자기 필대로 노는 애들도 있고, 홀에서 추지 않으면 자기 자리에서 파트너와 추고, 파트너가 없으면 혼자 몸을
들썩거리고, 노래를 아는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도 저도 안하고 눈치만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음...적응하자...몸을 천천히 흔들며 리듬을 타기 시작하지만, 눈은 분위기 파악하느라 정신없다.
갑자기 나오는 레게통. 여기는 레게통음악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바차타가 좀 야하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추는
레게통을 보면 바차타는 정말 건전한 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쩔 수 없는 한국남자인가...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다. 물론 대놓곤 못보고 곁눈질로 보느라 노래가 끝나니 뒷목이 뻐근하다.
디제이의 쉴새없는 멘트가 이어진다. 갑자기 홀이 밝아지고 란칸칸 이라는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이 나온다.
홀이 왜 밝아졌지? 그런데 아무도 나올 생각은 안하네. 순간 난 바사라의 손을 잡고 홀로 나갔다. 왜 그랬을까.
모르겠다. 그래 나도 잘 놀수 있다고...음악에 맞쳐 나름 필을 살려가며 춤을 춘다. 한참 춤을 추다 주변을 살짝
보니 홀엔 우리 둘 뿐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듯 모두 우리를 보고 있다.
이게 뭐야. 순간 긴장된다. 열심히 추고 음악이 끝나니 모두 박수를 친다.
역시나 자기들 기준으로 이상하게 생긴사람들이 자기네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니 모두들 너무 재밌나보다.
남자들은 바사라에게 계속해서 춤신청하고 주변의 테이블은 서로 나를 데려가겠다고 부르고 난리다.
가는 곳마다 술을 준다. 전에도 말했듯 난 술주는 사람이 정말 좋다. 술주면서 막 뭐라 해댄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생존 단어와 노 아블로 에스파뇰(난 스페인어 못해요)라는
말뿐인데. 그래도 술주면서 계속 물어본다. 에라이 모르겠다. 무조건 받아먹는다. 이 테이블에서 일어나면
저 테이블에서 또 부르고, 역시 바사라는 계속 춤추고 있다. 난 춤추다 테이블 끌려가서 술한잔 먹고를 반복한다
화장실로 갈때면 악수하고 껴안고 어디서 왔냐. 이름이 뭐냐. 계속 물어봐서 화장실도 못갈지경.
정말 프렌들리한 사람들...
테이블에 앉을 때마다 여자들이 물어댄다. 뭘 묻는지 몰라 그냥 저냥 웃음으로 때우고 있는데, 영어를 조금
아는 사람이 결혼했냐는 뜻이란다. 모두 내가 바사라와 결혼한 사인줄 아나보다. 와우. 당연히 아니지...
박수치며 갑자기 좋아한다. 음 나한테 흑심이 있나....
갑자기 히카르도가 옆에 와서 앉는다. 히카르도는 깔리 살사 초대챔피언으로 얼마전 8월 아시아라틴페스티벌에서
초대공연을 한 깔리에서는 유명한 댄서다. 너 한국에서 왔지? 나 한국 갔었어. 어 그래 나도 알아. 여기서
널 보다니...정말 반갑다. 헌데 걔의 목적은 바사라였다. 나 쟤랑 춤춰도 돼? 안될게 뭐 있어 춰...히카르도도
바사라랑 나랑 결혼한 사인줄로 알았나보다. 역시 여긴.. 작업의 천국이었던가...음...
잠시 쉬려고 나와서 담배한모금 피는 바사라와 나. 나는 술을 먹어서 취기가 올라와있고, 바사라는 춤을 많이
춰서 발이 부어있다. 이미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도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안에는 더 커진
음악 소리와 춤을 추는 사람들로 붐빈다.
아...콜롬비아 깔리. 이런 곳이구나..흥겨운 라틴음악이 있고 멋진 공연과 춤이 있고,
무엇보다 그 문화를 정말 사랑하고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런데 이 사람들.. 일은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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