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살세라와 춤출 때의 느낌- 초급 살세라
본문
안녕하세요?(Saludos)
초급분들하고 춤추면서 이야기 할 때가 가끔 있는데, 비슷한 질문들을 합니다.
‘고수란 도대체 무엇이며, 고수가 되는데 얼마나 걸리나’하는 것과 ‘고수랑 춤출 때의 느낌은 도대체 어떤 느낌이냐’ 하는 것들입니다.
고수에 대한 정의나 고수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프로중의 한 분이 강습시간에 “초급 중급 고급의 차이는 턴의 회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온 1 살사의 경우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요. 살세라의 경우, 5박에 시작해서 3바퀴를 깔끔하게 돌고(마지막 회전 시 머리샤인 추가) 돌아오는 1박에 사뿐히 오른발로 1박을 찍을 수 있다면 고수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온 2의 경우는 온 1처럼 가혹하게 살세라를 돌리지도 않고, 또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잘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구별하진 않을 것 같군요.
다음은 프로 살세라와 춤 출 때의 느낌을 적어보겠습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춤을 춘 관계로 이런 저런 다양한 분야의 프로와 춤을 출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낌은 춤의 종목에 관계없이, 제 실력에 관계없이,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완벽한 텐션입니다.” 텐션이란 예를 들면 스팟턴 같은 것을 할 때 ‘두 사람 사이의 원심력과 구심력이 정확히 조화되어 아주 편안하고 부드럽게 두 사람이 도는 상태’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혼자 돌 때보다 더 편하고 더 빠른 상태죠.
텐션이 너무 완벽해서 내가 혼자 춤을 추는지, 둘이 함께 추는지 모를 정도로 무게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여자를 들어서 돌리는 플립같은 에어나 딥 같은 것을 할 때조차 무게감 같은 게 없었습니다. 특히 알젠틴 탱고(아메리칸탱고인 볼륨탱고완 다름)할 때는 제가 초급이어서 버벅댈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가 나를 리드한 것이죠. (알젠틴 탱고는 서로 가슴을 붙인 채 가슴으로 춤을 추기 때문에 다른 춤에 비하여 여자가 남자의 리드를 보완해 줄 여지가 있습니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가 잘 추었다라기 보다는 프로 댄서들이 제게 맞추어 리드를 잘 받아 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약하면 제가 생각하는 고수는 춤추는 상대방에 맞추어 텐션을 조정해 주는 사람입니다. 물론 여기엔 주어진 박자에 패턴을 못 끝내는 분에 대한 어느 정도 박자 및 패턴 조정을 포함합니다(상대방의 실력에 맞춘 박자 조정 없이 무조건 패턴을 완성하려는 분을 우리는 패턴의 노예라고 하지요).
춤은 두 사람사이의 관계입니다. 한두 개 패턴이 잘 안 되었다고 하여 다시는 그 사람과 춤추지 않겠다는 사람을 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패턴이 안 되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에 본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살사춘 지 얼마나 되었냐”며 소심한 가슴에 확실히 비수를 꼽는 분도 계시다는 군요.
팔이 꺾이는 그 순간엔 미소 짓기 어렵겠지만, 살사 일이년 추고 말 것이 아니라면 그냥 씨~익 웃어 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군요. 그 중엔 탈태환골하여 고수로 거듭나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 말이죠. 예전에 춤추던 도중 고수 살세라 팔을 아프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분이 웃으며 “새로 나온 고급 패턴이라 그런지 팔로우 하기가 참 어렵네요.” 하신 적이 있는데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패턴도 아니었고, 아는 사람이 인사하는 걸 보다가 팔을 꺽은 것이기에 더욱 더 죄송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런 고수와 출 때의 느낌은... 행복감입니다. 다른 분들은 느낌, 손맛, 오르가즘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더군요. 스팟턴의 경우를 예를 들면, 만일 당신이 스팟턴을 도는데 “영원히 이대로 돌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면 바로 그것이 그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혼자 춤을 추듯 파트너가 아무런 제약이 안 되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그런 상태입니다. 다 실바의 동영상에서 보듯 다 실바가 살세라를 등 뒤에 놓고 별의별 짓을 다 하는데, 그 스피드나 동작은 다 실바가 살세라 없이 혼자 할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파트너 역시 고수라면 혼자 할 때 보다 더 빠르고 안정적이겠지요.
살세라가 온 2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온 2만 이 완벽한 텐션의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텐션의 행복감은 1분에 240회 이상 뛰어다니는 무식한 린디합에서도 충분히 리얼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고수랑 추면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하는데, 당구하고는 달라서 춤은 고수랑 추어봐야 배우는 게 전혀 없습니다. 너무 행복해서 뭘 배울 생각이 안 들거든요.
사실 저는 완벽한 텐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심심해서 재미 없습니다. 뭔가 조금 거칠고, 그녀에게 끌려가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부딪힌채로 마주보며 새로운 패턴을 만들었다고 서로 웃어 주는, 그런 것이 더 좋습니다.
예전에 바빠서 한 주 정도 춤을 쉰 적이 있었습니다. 간만에 빠에 갔는데 어느 초급 살세로가 제게 춤신청을 하며 " 2주를 기다렸어요"라고 하셨습니다. 그 날 최선을 다해 춤을 추었고 행복했습니다. 살사는 음악을 들어도 행복하고, 혼자 베이직을 밟아도 행복하고, 같이 추어도 행복하고 그리고 남이 추는 것을 보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살사안에서 보다 많은 행복을 찾으시길 빕니다. 이건 비밀인데, 그 대부분은 거의 공짜라느군요.
즐살하세요(VIVA SALSA).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