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세로의 실수와 살세라의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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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얼마전 바차타를 추는데 바차타에 레게똥을 리믹스한 음악이 나오더군요. (저는 서울 바차타는 못추고 도미니칸 스타일을 춥니다.) 서울에서 바차타는 남-녀가 매우 밀착하는 대표적인 춤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살사나 메렝게도 밀착하려면 그 보다 더 할 수도 있고, 동북아권 밖에서는 서울에서 처럼 붙지 않으므로 적절한 표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외국의 경우 서울 스타일은 공연에서나 잠간 보여질 뿐입니다.
레게똥을 미국 언론은 Freak Dance(변태춤)라고 합니다. 고등학생들이 댄스파티에서 친구들이 가려주는 가운데 실제로 성행위를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목격한 가장 뜨거운 장면은 남자의 손이 여자분의 팬티속에서 나오는 것 정도였구요(이 분들은 서로 연인사이입니다. 둘이서만 춤을 추더군요. 쇼셜 아닙니다.). 물론 저 보라고 그런 것은 아니고요. 레게똥 음악이 돌아가면 조명이 완전히 나갔다가 판을 바꿀 때 다시 잠간 불이 들어 오는데 그분들이 그 타이밍을 놓치셔서... 이걸 꼭 쇼셜 댄스라고 불러야 하느냐하면 답은 "예"입니다. 비록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만 두 사람의 무브먼트가 아름다운 경우가 있습니다. 서울 바차타도 일부 어르신 눈에는 '듣보잡'으로 보이겠지만 소셜댄스 맞잖아요. 레게똥의 전형적인 동작은 여성이 엉덩이로 남성의 중심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홍대앞 클럽에서 '부비부비'라고 하는 것을 한다고 하는데,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같은 것일 것 같습니다.
레게똥을 쇼셜댄스라고 했지만 남친과 같이 온 경우엔 다른 남자랑 레게똥을 추지는 않겠지요. 미국에서 레게똥은 춤을 추다가 중간에 중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쇼셜댄스입니다. 중단의 이유는 남성의 몸에 신체적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두사람은 적어도 그 날은 더 이상 같이 춤을 추진 않지만, 다른 날에는 또다시 함게 춤을 추기도 합니다. 물론 비난하거나 화를 내는 일도 없고, 사과를 요구하는 일도 없지요,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인상착의를 공유하지도 않습니다. 서울에서 바차타에 관한 글을 몇 개 읽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 추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는 춤"같은 표현은 서울 바차타를 춤에서 외설로 끌어 내릴 뿐입니다.
춤을 추는 도중 살세라 입장에선 불쾌한 신체적 접촉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살사를 출 때에도 물론 있을 수 있고요. 이 경우 이에 대한 가장 큰 처벌은 미국식으로 춤을 중단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 정도로 끝났으면 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살세로와 살세라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서로 이야기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추가적인 불쾌한 경험이 계속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참으며 계속 춤을 추다가 뒤풀이에서 다른 살세라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본인이나 상대방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찡그리며 화를 내기 보다는 그런 형태의 패턴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도로 얘기해 주십시오. 살사판에서 생긴 오해는 풀기 어렵습니다. 너무 시끄러워 이야기 하기도 어렵고, 바로 다른 분과 춤을 추는 경우가 많으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오해가 있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왠만한 고수가 아니고서는 고의로 불쾌한 신체적 접촉을 할 엄두도 못 냅니다. 대부분의 불쾌한 경험은 고의라기 보다는 실수로 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고의로 살세로의 발을 하이힐로 찍는 사례가 있습니다. 저는 한 네 번 정도 찍혔는데 그 중 세번은 인사를 안했다고 찍은 것 같고, 나머지는 불쾌한 신체적 접촉 때문인 것 같습니다. 춤을 추다가 실수로 밟은 것과 고의로 찍은 것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대체로 실수로 발을 밟으면, 밟은 사람이 중심을 잃게되어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반면 고의일 경우 찍은 사람은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 인사를 잘 안합니다. 제 인사는 그저 눈 마주치면 목례하고 아니면 말고입니다. 서울에서는 찾아가서 악수하고 몇마디 해야 인사가 되는 것 같더군요(이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제가 좀 낯가리가 심해서...). 인사 안했다고 제 발을 찍은 분들은 모두 프로 살세라들입니다. 지나가는데 제 발을 걍 찍었습니다. 다만 이 분들은 찍는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적당히만 아프더군요(농담삼아 넣었는데, 재미없다고 하시더군요. 죄송합니다).
문제는 찍는 연습이 부족한 초중급 살세라 분들입니다(농담삼아 넣었는데, 역시 재미없다고 하시더군요. 죄송합니다). 살사를 추다 보면 만져서는 안 될 부분을 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상 바로 사과를 하는데 어떤 경우 패턴에 빠져 그냥 넘어 갈 때도 있습니다. 그 날 발가락을 찍혔을 땐, 춤에 몰두해 있어서 사과를 하지 못했고, 찍힌 그 순간에도 아픈 줄 몰랐었습니다. 자리에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 순간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날 너무 아파서 발가락 뼈가 부서진 줄 알았습니다. 아픈 것 보다 당분간 춤을 못 출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더군요. 부탁입니다. 힐로 발 찍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힐로 살세로의 발을 찍는 것이 살세라들 사이에 널리 받아들여지는, 실수한 살세로에 대한 처벌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바네로님과 so bad님의 지적에 따라 개정함, 어구의 구체적인 의미는 답글을 참조해 주세요. 본문은 안 읽으시고 답글들만 읽으시는 분들이 계셔서 색을 칠합니다. 그리고 색칠한 부분은 개정되지 않은 원본입니다.]
쇼셜댄스로서의 점잖은 살사가 점차 공연적 요소를 내포하게 되었습니다. Bar-탐방 프리댄스의 경우나 공연동영상 자료실을 보면 쇼셜치고는 다소 지나치게 친밀한 패턴들이 있더군요. 물론 두사람이 서로 친해서 또는 공연이니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런것들과 쇼셜과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 지고 있습니다. 춤을 추는 사람으로서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한다는 것도 어렵고, 그것이 꼭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습니다. 딥도 그렇고, 살세라의 얼굴을 이용해 라이트 턴을 돌리는 것도 그렇고, 다리를 써서 리드하는 패턴도 그렇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패턴을 매우 싫어하기도 합니다. 살세라에게 어떤 패턴을 싫어하냐고 물어보고 패턴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머리로 춤을 추는 것도 아니어서 하지 말라고 분명히 이야기 한 것을 제 팔과 다리가 자기 멋대로 다시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라도 그저 춤을 중단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 "위험한 사람이라거나, 무례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그 사람의 인격 전체에 관한 이야기로 확대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쁜 사람을 보호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처럼 모든 댄서들이 점잖은 분들이라는 가정을 받아들이자는 것입니다.
살세로의 표현의 자유(패턴)와 살세라 개인의 행복(불쾌감)사이에 갈등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얘기는 일단 먼저 움직이는 사람인 리더, 즉 살세로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뒤에, 살세라는 살세로의 리드를 따르거나 거절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살사판에서 자주 얘기되는 "서로 배려하는 살사"라는 추상적인 표현의 구체적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무조건 참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간혹 몇 몇 선배 살세로가 초급 살세라에게 살사는 원래 신체접 접촉이 많은 춤이니 이런 것이 싫으면 살사를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주제넘은 말입니다. 살사를 추고 안 추고는 성인이 우리 모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살사판에서의 가장 큰 처벌은 춤을 중단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 정도로 끝났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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